20.07.30-B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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NEW KUKJE HOTEL 1104, 카드:
새로운 국제적 호텔
어쩌다보니 아주 큰 도로를 걷고 있어. 몇가지 다국적기업의 간판을 발음해볼 수 있고 몇 가지 본 적 있는 언론사의 이름과 식당의 메뉴를 알아볼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슨 맛이 나는지는 모르지. 빨간 글씨를 몸에 두른 채 비석처럼 서 있는 사람들의 내용도 저 큰 텔레비전에 나오는 걸까. 네가 주말에 여기 아주 시끄럽다고 알려줬지. 지폐에 있는 사람 얼굴을 보행자들에게 대어보자 시차가 아득하게 느껴졌어. 모든 사람이 가질 수 없다면 얼굴에 난 털은 이제 필요 없지. 이 높은 빌딩들 안에 고국의 사람들은 얼마나 있을까. 그들이 이 먼 땅까지 와서 지내는 연유에 대해 상상해보다 벌레 소리가 나서 그만두었다. 나라마다 지배하는 벌레가 다르다고 했지. (네가?) 벌레의 소리를 따라 해보자 치요치요치요치이이체에에_ 메트로 메트로폴리스에 걸맞는 세련된 음이야. 숙소에선 대로가 보인다. 사람은 일정한 속도로 걷는다. 만약 내가 내일 비행기 시간에 임박해 잠에 꺴다면 이 대로에서 뛰는 사람은 나뿐인 풍경을 본다. 종종거리는 리듬으로 모였다 퍼졌다가 퍽 뚫린 구멍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. 나는 어쩌다 도시에 체내에 굴러들어와버린 이물질 같은 기분이란 말이지 다행이 면역-반응이 무시할 정도의 해밖에 끼치지 못하나봐. 창밖으로 떨어진 풍경에 싫증나면서도 편안하다고 느껴. 아침식사를 하러 가며 만나는 사람에게 인사를 한다. 할까? 이 나라말로 아침인사는 뭐지?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면, 누군가 내게 ‘날씨가 좋네요’라거나 ‘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아시나요?’라고 묻는다면, 나는 숙소의 이름에 걸맞는 손님일까 하지만 그 장소에서 자연스러운 사람은 입을 열지 않는다고 네가 그랬어. 나는 아마도 그 방법을 따라볼까 해. 여기에 있는 것으로 대답하고 앉아있는 것으로 말하려고.
무겁게 꽉 막혀버린 공기속에서