처음 두 사람이 교환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 나누는 걸 보면서 나는 뭘 해야 할 지 알겠다는 기분이었다. 주고받았다는 그 선물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. 그 말을 하고 그 고민을 하면 되겠다는 기분이 있었다. 그게 이제는 없고 내가 몸을 써서 그 비슷한 걸 찾을 수 있는 건지 궁금했다. 밖에 나가 인파와 수풀을 헤치면 뭔가 주울 게 있다는 건지 궁금했다.

그 프로젝트가 거쳐온 과정은 내가 이해하기로 이러하다: 이미 함께 한 차례 이인전을 치른 적이 있는 두 작가는 작업을 지속하기 위해 서로를 구심점으로 이용해왔다. 그 과정은 베를린과 서울의 먼 거리를 사이에 두고 각자 만든 작업물과 영상들을 소포와 메일을 통해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. 그러던 차에 서제만은 베를린에서 서울로 귀국하게 되고, 두 사람이 갑작스레 가까워진 거리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일종의 숨바꼭질이다. 두 사람은 지하철 역사나 공원, 호텔과 헌책방 등에 단서와 선물들을 숨겨두고 아리송한 지시문들을 주고받았다. 그들은 지시문에 따라 장소들을 탐방하고 숨겨진 선물을 가져왔다. 이 여정의 기록물인 이미지와 텍스트들은 웹사이트에 탑처럼 쌓여 있다. 두 사람은 이것이 곧 스러질 작업들을 어딘가로 전송하는 일이라 생각했다.

나는 탑을 보고 돌아온다. 포개어진 두 손바닥 위에는 내 몫으로 받은 것이 있다. 양 손으로 힘주어 눌러 보았는데 잘 되지 않았다. 내가 느끼는 놀라움은 이런 것이다.

바리테크

서제만 3emanleph@gmail.com
jemanseo.com
이주영 pearljylee@naver.com
Instagram @ljooiyl

 

디자인

장우석 a@s-f.kr

개발

오예슬 yeseulo@gmail.com

이준형 eduguaoe@gmail.com

인쇄

문성인쇄

 

도움 주신 분들

김민호, 박카로, 손영규, 양지연, 우예린,
윤정미, 이상현, 이서영, 이성철, 이유진,
이윤서, 이윤수, 이인혜

 

후원

서울문화재단

 

우리는 숨바꼭질을 계속 할 거에요. 함께 하고 싶다면 연락주세요. 전시는 기간 중 언제든 방문해주세요.